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냉장고 자석 500만원에 팔려던 업체 참교육한 썰

dkchae 2022. 3. 9. 19:05

[이전 직장에서]
일부 삼성전기 공장에서는 LOT에 NFC태그를 붙이기도 했다. MES앱이 설치된 폰으로 LOT을 찍으면 NFC 고유번호를 읽어서 스크립트 문자열로 던져주는 방식이었다. 나는 그 데이터를 웹 프론트에서 처리하는 개발을 했었고 단위테스트 때문에 NFC카드에 데이터를 writing 하는건 수도 없이 했었다.

[3년 뒤, 2020년 현대홈쇼핑]
마케팅 담당 현업 : IT담당자님, 냉동식품 택배상자에 냉장고용 자석을 넣어 고객들에게 배송할거요. 폰으로 그걸 찍으면 현대Hmall 앱이 실행되면서 식품구매 페이지로 이동되었으면 좋겠어요!
나 : (이거 내가 예전에 하던건데...? 엄청 쉽게 할듯ㅋㅋ) 이거 큰 돈 들이지 마세요. 제가 자체 앱 개발할게요. 냉장고 자석 디자인 이쁘게 해주는 업체만 알아보세요. NFC 태그는 스티커형식으로 붙이면 될 거 같고.

NFC자석태그 완성품


[며칠 뒤, 현업이 판촉물 업체한테 받은 견적서를 봄]
- 냉장고 자석 : 2,000원 X 500개 = 100만원
- SW개발비 : 500만원
나 : (냉장고 자석 100만원 오케이. SW 개발비... 뭔가 잘못됐다. 아무리봐도 SW는 내가 개발하는데?) 현업님 SW개발비 500만원을 저 판촉업체가 요구하던가요??
현업 : 네
나 : 저기 업체가 눈탱이 씌우려는거 같은데 전화한번 해보시죠

[통화내용]
나 : 네 견적서 잘 봤구요. SW개발비가 뭔가요?
업체 : 네~ NFC태그에 데이터 입력하는 비용입니다
나 : 음... 500개 데이터 단순 NFC writing하는데 그게 500만원이나 한다고요??
업체 : 아... 단순 인건비가 아니고, 저희가 개발한 NFC라이팅앱을 통해서 일괄작업해드리는거에요 (이때부터 업체가 들킨건 눈치챈듯)
나 : 네? 우리는 SW개발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. 그리고 NFC라이팅앱은 플레이스토어에만 쳐도 수십개가 나오는데요?
업체 : 아... 저희앱을 사용하시면 손쉽게 입력을 할 수 있습니다 (이때부터 말이 안되는 궤변만 쏟아놓기 시작)
나 : 아니 폰에 태그 찍으면 바로 입력되는데 더 쉬운게 뭐가있죠? 1개당 아무리 오래걸려도 20초인데
업체 : 네 그럼 SW개발비는 빼드리겠습니다

[결말]
현업 담당자는 NFC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로 마케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다. 시중 앱으로 NFC태그 라이팅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. 나는 친절하게 어떻게 이 건이 진행되어야 하는건지 알려주었다. 훗날 현업은 빈 회의실에서 500개 태그를 일일히 입력했다고 한다 (3시간정도 걸렸다는데 500만원 아낀거면 개이득인 듯). IT담당자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싶은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IT를 잘 모르는 현업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